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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INE. 강다니엘에게 보내는 편지. 본문

WANNA ONE/KANG DANIEL,

DEAR MINE. 강다니엘에게 보내는 편지.

코뿔소 2017. 12. 31. 00:00
안녕안녕.

2017년의 마지막날. 나름대로 의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떤걸 할까 고민하다가 나로써는 정말 아주 큰 용기를 내야하는 짓을 합니다. 이 글은 아마 당신에게 닿기에는 너무 멀고 또 작겠지만, 바다에 던져넣는 편지가 담긴 유리병은 꼭 읽히기 위해 존재한건 아니니까. 나는 쓰는데에 의미를 더 두기로 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천운이 따라 정말 읽히기라도 한다면.. 정말 기쁘고 부끄럽겠네요.

막상 제대로 된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니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횡설수설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다시 지우고, 또 지우고, 몇번을 반복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흥얼거리다가 지나치게 무거운 마음으로 주절거리다가...
연예인을 캐릭터가 아닌 진짜 인간으로 생각하게 된건 아마도 당신이 처음이것 같습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건 아닌데 아무래도 나의 현실세계와는 아주 동떨어진 세상에 속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진짜 살아있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게 되더라구요. 예능에서 나오는 캐릭터, 연기하는 캐릭터, 음악에서 비춰볼수 있는 캐릭터로만 소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또 한 캐릭터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그 고정관념을 산산히 깨버리는 순간이 있었고.. 그래요. 그때 내 인생이 조금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신은 사람이었어요. 당연한 이야기를 뭐 이렇게 길게 구구절절 읊고 있나 싶을수도 있겠지만... 감정을 느끼는, 생각을 하는,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할수도 있고, 다치면 아프고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너무 행복했다가 그 다음 순간에는 괴로워질수도 있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한것이 내겐 좀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그러고나니까 새롭게 보였습니다. 훨씬훨씬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인물이 되어버렸어요. 당연하다면 당연할수 있겠죠. 살아있는 진짜 인간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보다 훨씬 복잡하니까. 영화속 인물, 소설속 인물같은 하나의 캐릭터보다 훨씬 다면적이니까.
왜 강다니엘이냐구요.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이거'라고 말하지 못하죠. 한가지의 이유가 아니니까요. 단순히 잘생기고 멋있고 섹시하고 실력있고... 비슷한 조건을 가진 인물은 생각보다 많을수 있습니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사람도 있을수 있죠. 그런데도 왜 당신이냐면... 당신은 캐릭터에서 벗어나버렸으니까.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 진짜가 됐으니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습니다.

약 7개월간의 깊고 진한 성찰의 시간을 보낸 결과 현재의 결론은 이거예요. 물론 앞으로 수백번은 더 바뀔수도 있겠죠. 나도 인간이니까.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고나니... 당신이 한 말이 너무나 기쁘고 예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주는 기적과도 같은 일'

처음에는 너무 연애하는 사이에나 쓸 법한 드라마틱한 이야기 아닌가..하고 생각했어요. (그게 또 귀여운 포인트였지만!) 그런데 또 좀 달리 생각해보니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지금껏 내가 연예인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듯이, 연예인도 팬이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수 있을것 같은데. 그냥 어떤 관념적인 것으로만 생각될수도 있을텐데.. 저 말은 정말 아는 사이의, '실제 사람'에게 하는 말 같더라고요... 내가 당신을 그렇게 느끼듯, 당신도 팬들을 복잡하고 다면적이고 흥미롭고 매력적인 사람들로 느끼는거라면.. 그렇다면 정말 따뜻한 이야기구나.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구나.. 그야말로 기적같은 일이네.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진짜 사람은.. 늘 행복하진 않잖아요. 아니, 오히려 불행하고 힘들고 괴로울때가 많잖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은 저마다의 불행을 떠안고 산다고. 각자 자기만의 불행과 절망을 끌어안고 고통받지만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거라고. 타인에게 보이는건 행복뿐이라 마치 남은 불행한 순간은 없는 삶을 사는것처럼 생각될때가 있는거라고.

그런데... 당신도 그러면 어떡하죠. 당신만의 불행과 절망이 있어서.. 그게 가끔 지나치게 무거워지고 커져서 금방이라도 짓눌려 죽어버릴것 같은 그런 순간이.. 당신에게도 오면 어떡해요. 그런 순간이 오면 그 무엇도 구원해줄수가 없다는걸 알아요. 세상에서 날 구원할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하나인데, 내가 나를 구할수 없는 그 순간의 좌절감도 알아요. 고통과 번뇌와 외로움의 시간을 알아요. 당신에게는 절대로 그런 슬픈 시간은 오질 않았으면 좋겠지만... 내가 아는 당신은 스스로에게는 냉정하고 혹독한 사람이라 걱정이 돼요. 자기 자신을 졸라매고 다그쳐서 한계치를 올려버리는 종류의 사람이라..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얼굴로 베시시 웃어버리면 그 누구도 속을 알수 없게 되어버리는 사람이라, 괜찮은 척을 너무 잘해서.. 울음을 참는 사람이라서. 걱정이 돼.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라는 말을 하고싶은건 아니예요. 그건 그렇게 쉽게 고칠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그건 양날의 검이죠. 당신을 지금 여기까지 밀어올린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그냥... 만약 언젠가 당신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때.. 그때 당신 탓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너는 잘못하지 않았어. 네가 인생을 잘못산게 아니야. 네가 부족해서 그런게 아냐. 네 생각이 다 틀렸던것도, 너의 선택이 잘못됐던것도 아니야. 네가 누구가에게 잘못한 업이 있어 되돌아 온것도 아니고, 너에게 신이 벌을 내리는것도 아니야. 너의 괴로움은 네가 자초한게 아니야.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말은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네 탓이야'라는 말이 아니야. 그런데도.. 그런데도 그런 순간이 오면 생각하게 될 수 있어. '내 탓이야'라고. 그 누구의 탓이 아니니까... 나 혼자만 갖고 있는 문제니까.. 그건 내탓이지 라고. 아니야. 그때엔 차라리 내 탓을, 우리 탓을, 팬들 탓을 해.
내가 너무 부담을 줬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척을 했어. 멋대로 프레임을 씌우고, 기대하고,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골을 냈어. 옴짝달싹도 할수 없게 만들었고, 쉬지도 못하게 했어. 그래서 네가 힘든거야. 다 나의, 우리의 탓이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정말 너무 힘든 순간이 와도 제발 우릴 떠나지 마.

미안해. 사실 이 말이 하고 싶었어. 이 말이 의외로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말인것 같아서... 근데 말하지 않으면 알수 없는 이야기가 있잖아. 때론 사랑한다는 말로도 전달되지 않는 메시지가 있잖아. 그래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면 꼭 이 말을 하고 싶었어.
모르잖아. 사람은 행복했다가 많이 불행해지기도 하고, 불행하다가 행복해지기도 하고.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고, 너는 팬들이 원하는 수만가지 장단중 어디에 맞춰줘야 하는지 알수 없겠지.
네 몫의 불행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큰건지 알수 없지만... 그게 거기 있다는걸 알아. 너는 진짜 사람이니까. 그걸 내가 가져가주겠다는 말은 못해. 거짓말이니까. 그래도 거기 있다는걸 알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되더라고, 나는. 누군가 알아차려주면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고.

그리고.

나는 당신이 있어서 아주 행복해요. 아주 기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당신이 참 많은 위로가 돼요. 아주 힘든 순간에도 당신 생각을 하면 대체로 상당히 아주 많이 행복해요. 정말. 그리고 나같은 사람이 몇천명, 몇만명이나 있을거예요. 그건 좀 무서운 일일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당신은 몇 만명분의 행복을 한번에 다 느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당신이 가져도 되는 최대한의 행복이, 당신의 불행을 압도해버리면 좋겠어요.

정말 행복하면 좋겠어. 진심으로.

사랑해. 고마워. 보고싶어.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미안해. 그런데 미안하다는 이야기 듣는거 별로지? 그럼 그냥 한번 더 '사랑해'.

내년에도 잘 부탁해.
Happy New Year, 'MY' Daniel.

2017.
from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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